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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가로수는 무슨 일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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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빗물#도시침수#그린인프라#저영향개발#빗물정원#불투수면#도시숲

비가 오면 가로수는 무슨 일을 할까?


비가 많이 오는 날, 도로를 본 적 있나요?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 빗물이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다가 빗물받이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숲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비가 내리면 나뭇잎이 먼저 빗물을 받아주고, 땅에 떨어진 물은 흙 속으로 스며듭니다.

같은 비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도시에서는 빗물이 흘러갑니다

도시에는 아스팔트, 콘크리트, 건물처럼 물이 잘 통과하지 못하는 표면이 많습니다. 이런 표면을 불투수면(Impervious Surface)이라고 합니다.

흙에 비가 내리면 물의 일부가 땅속으로 스며듭니다. 하지만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스며들지 못한 빗물은 지표면을 따라 흐르는 유출수(Runoff)가 되고, 도로와 건물에서 발생한 유출수는 빗물받이를 통해 하수관으로 들어갑니다.

평소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 넓은 도시 곳곳에서 발생한 빗물이 한꺼번에 배수시설로 몰립니다.

도시 침수에는 강우량, 지형, 하수관의 용량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도시에 물이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가로수도 빗물을 잡습니다

가로수 하면 보통 그늘이나 공기 정화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도 나무는 일을 합니다.

첫 번째는 강우 차단(Interception)입니다. 비가 내리면 일부 빗물이 바로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나뭇잎과 가지에 머뭅니다. 그중 일부는 다시 대기로 증발합니다.

두 번째는 침투(Infiltration)입니다. 나무 주변에 흙이 있다면 땅에 도착한 빗물의 일부가 토양 속으로 스며듭니다.

세 번째는 증산(Transpiration)입니다. 나무는 뿌리를 통해 흡수한 물의 일부를 잎을 통해 다시 대기로 내보냅니다.

즉 가로수는 비를 먼저 받아주고 → 땅으로 스며들게 하고 → 흡수한 물의 일부를 다시 대기로 보내면서 도시의 빗물 흐름에 영향을 줍니다.

잎에 맺힌 빗방울과 물이 고인 가로수 식재대
잎에 맺힌 빗방울과 물이 고인 가로수 식재대

서울의 가로수는 얼마나 많은 빗물을 줄이고 있을까?

그렇다면 서울의 가로수는 실제로 얼마나 많은 빗물을 줄이고 있을까요?

2024년 한양대학교 연구진은 서울 강남구와 강북구의 가로수 29,451그루를 분석했습니다. 나무의 종류와 크기, 잎의 면적, 서울의 기상자료 등을 i-Tree Eco라는 모델에 넣어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강남구의 가로수는 연간 약 3,977m³의 빗물 유출을 줄이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약 397만 리터입니다.

그래도 얼마나 많은 양인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25m 길이, 폭 10m, 평균 수심 1.5m인 수영장을 가정하면 약 375m³의 물이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3,977m³는 25m 수영장 약 10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25m 수영장 여러 개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25m 수영장 여러 개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물론 이 수치는 현장에서 빗물을 직접 받아 측정한 값이 아니라 모델을 이용한 추정치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가로수들이 모이면 생각보다 많은 양의 빗물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가로수 한 그루에서 거리 전체로

가로수는 나뭇잎과 토양을 이용해 빗물을 받아줍니다. 그런데 도시에는 가로수보다 훨씬 넓은 면적의 도로와 보도가 있습니다.

만약 가로수뿐 아니라 도시 곳곳에 빗물이 머물고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을 더 만든다면 어떨까요? 도로와 보도의 일부를 물이 스며들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거나, 작은 녹지를 이용해 빗물을 잠시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과 연결되는 것이 저영향개발(LID, Low Impact Development)입니다. 이름은 조금 어렵지만 원리는 간단합니다. 빗물을 모두 빠르게 하수관으로 보내는 대신, 비가 내린 곳 가까이에서 저장하고 땅으로 스며들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빗물정원, 투수성 포장, 식생수로 같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를 받는 작은 정원, Rain Garden

그중 하나가 빗물정원(Rain Garden)입니다. 이름 그대로 비를 받는 정원입니다. 일반적인 화단과 비슷해 보이지만 주변보다 땅을 조금 낮게 만들고, 도로나 보도에서 흘러오는 빗물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비가 오면 물이 빗물정원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물은 식물과 토양 사이에 잠시 머물다가 천천히 땅으로 스며듭니다.

도로의 빗물 → 빗물정원 → 임시 저장 → 토양 침투 → 남은 물은 배수

주변보다 낮게 만든 도로변 빗물정원과 연석의 배수구
주변보다 낮게 만든 도로변 빗물정원과 연석의 배수구

평소에는 나무와 식물이 자라는 작은 녹지이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빗물을 받아주는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가로수 주변의 식재 공간이나 도로변 녹지처럼 도시 곳곳의 작은 공간도 이런 방식으로 빗물 관리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천의 반복 침수지역에 적용해보니

이런 방법을 국내 도시에 적용하면 얼마나 달라질까요?

2020년 한 연구는 인천 주안동의 반복 침수지역을 대상으로 LID 시설을 적용했을 때 빗물 유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습니다. 빗물정원, 투수성 포장, 침투시설 등을 적용한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시나리오에 따라 연간 빗물 유출량이 약 29~4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비교한 시설 가운데 빗물정원이 많은 강우를 포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실제 도시 전체를 공사한 뒤 측정한 결과가 아니라, 주안동의 토지이용과 강우 조건 등을 이용한 모델링 결과입니다. 하지만 도시의 작은 공간들을 빗물이 머물고 스며들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꿨을 때, 도시의 빗물 흐름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도시가 빗물을 다루는 새로운 방법

글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도시에 비가 내리면 빗물은 도로를 따라 흐르고 빗물받이로 들어갑니다. 기존의 도시 배수시설은 이렇게 모인 물을 하수관을 통해 빠르게 이동시킵니다.

비 → 도로 → 빗물받이 → 하수관

그런데 가로수와 빗물정원 같은 그린인프라(Green Infrastructure)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빗물을 다룹니다. 물을 바로 내보내기 전에 비가 내린 곳 가까이에서 잠시 받아주는 것입니다.

비 → 나무·토양·빗물정원 → 저장·침투 → 남은 물은 배수

빗물정원 하나가 도시 전체의 빗물을 처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로수 주변의 흙, 작은 화단, 공원, 보도처럼 도시 곳곳에 있는 공간이 빗물을 조금씩 나누어 받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인천 연구가 보여준 것도 이런 가능성입니다.

이렇게 보면 가로수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가로수는 그늘을 만들고 공기를 정화하는 나무이기도 하지만, 빗물을 받아주고 땅으로 스며들게 하는 도시 물순환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무 주변의 공간까지 함께 설계한다면 그 역할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도시의 빗물을 관리하는 시설이 꼭 땅속의 거대한 하수관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나무 한 그루와 작은 녹지 공간도 도시의 빗물을 나누어 받아주는 작은 그린인프라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Choi, Y., Machado, J., & Kim, G. (2024). A Comparative Evaluation of Ecosystem Services Provided by Street Trees in Seoul for the Suggestion of Social Equity. Land, 13(2), 235.
  • Kim, H. W. (2020). Examining the Impact of LID Practices on Mitigating Stormwater Runoff in a Repetitively Flooded Area. Journal of Safety and Crisis Management, 10(1), 27–34. https://doi.org/10.14251/jscm.2020.1.27
  • Dowtin, A. L. et al. (2023). Towards optimized runoff reduction by urban tree cover: A review of key physical tree traits, site conditions, and management strategies. Landscape and Urban Planning, 239, 104849.
  • 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Urban Street Trees and Green Infrastructure.
  • 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Types of Green Infrastruc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