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무 지도 로고
서울 나무 지도

Seoul Urban Tree Explorer

KO|EN
동네블로그
이야기
서울에서 그늘이 없는 동네는 어디인가
서울트리맵서울트리맵
schedule11분 읽기
#가로수#그늘#폭염#형평성#창신동#도시계획#벽면녹화#데이터분석#서울

서울에서 그늘이 없는 동네는 어디인가

그늘이 적은 동네에는 나무를 심을 자리가 없었다. 그런 곳에도 여름을 나는 방법은 있다.


지난 8월 7일, 경제부총리가 창신동 쪽방촌을 찾았습니다. 같은 날 한 매체는 이곳의 하루를 취재해 "폭염이 빚어낸 '양극화의 그늘'" 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골목은 잠깐 시원할 수 있어도 방 안은 열이 빠지지 않는다."

창신동 일대는 데이터에서도 그늘이 부족한 곳이었습니다. 그중 창신2동은 420개 동네 가운데 꼴찌였습니다.

서울의 도로 6,584km를 20m 간격으로 나눠 33만 개 지점을 찍고, 각 지점 반경 15m 안에 가로수가 있는지 세어봤습니다. 동네 사이의 차이는 3.8배였습니다. 그런데 그늘이 없는 동네를 들여다보니, 나무를 안 심은 게 아니었습니다. 심을 자리가 없었습니다.


서울 동네 간 가로수 격차

2024년 서울시가 조사한 가로수 28만 1,760그루를 도로망에 겹쳤습니다. 33만 개 지점 가운데 25.6% 에 가로수가 있었습니다.

평균보다 중요한 건 동네 사이의 격차였습니다.

가로수 커버리지
상위 10% 동네47.1%
중간25.1%
하위 10% 동네12.3%

같은 서울인데 어떤 동네는 걷는 길의 절반 가까이에 나무가 있고, 어떤 동네는 여덟 곳 중 한 곳에만 있습니다.


하위 동네에는 무엇이 달랐을까

그늘이 적은 동네를 하위 4분의 1로 잘라 모았습니다. 커버리지 17.3% 이하, 106개 동입니다. 이 동네들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나머지 314곳하위 25% 106곳
건물 밀도2,682동/km²5,383동/km²
골목 비중68.3%83.5%
도로 밀도15.1km/km²18.8km/km²
단독주택 비율44.6%54.1%
주거건물 높이9.1m7.8m

집이 빽빽하고, 건물이 낮고, 길이 좁은 동네였습니다. 건물 밀도는 나머지의 두 배였고, 도로의 83.5%가 골목이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골목에는 가로수를 심기 어려운가

가로수는 빈 땅에 나무를 꽂는 일이 아닙니다. 서울시 기준에 따르면 심으려면 이런 조건이 붙습니다.

  • 나무와 나무 사이에 일정한 간격
  • 가로등·전봇대·보행신호기에서 떨어진 거리
  • 교차로와 횡단보도에서 떨어진 거리
  • 그리고 나무가 서고도 사람이 지나갈 보도 폭

"나무가 들어갈 빈자리"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좁은 골목에서는 이 조건을 한꺼번에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로수는 길의 폭을 따라 몰려 있습니다.

도로 연장가로수1km당
간선·보조간선·집산도로2,531km (31%)213,207그루 (78%)84그루
골목 등5,586km (69%)58,796그루 (22%)11그루

큰 길은 서울 전체 도로의 31%뿐인데 가로수의 78%가 여기 있습니다. 1km당으로는 84그루 대 11그루입니다. 가로수가 적은 것은 예산이나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심을 수 있는 길 자체가 적기 때문입니다.


심을 수 있는 길에는 이미 많이 심었다

하위 106개 동을 다시 봤습니다. 이번에는 모든 도로가 아니라 만 떼어냈습니다. 상위 3개 등급의 큰 길입니다.

가로수 추가 식재가 어려운 동네 — 66곳

가로수 커버리지심을 만한 길그중 심겨 있는 비율
은평 구산동12.1%8.1%96.8%
강북 삼양동9.6%6.0%85.5%
광진 중곡4동15.9%6.0%83.9%
강북 수유1동12.6%6.2%83.1%
중구 다산동8.5%5.6%80.0%
도봉 창3동7.9%7.0%75.5%
성북 정릉4동12.3%7.4%71.4%
구로 개봉3동7.3%7.5%53.8%

심을 만한 길만 보면 이미 대부분 심겨 있었습니다. 구산동은 그런 길의 96.8%, 삼양동 85.5%, 다산동 80.0%입니다. 그런데도 동네 전체 커버리지는 7~16% 에 머뭅니다.

그 길이 동네 도로의 5~8% 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심어야 할 곳에 안 심은 게 아니라, 심을 수 있는 곳이 원래 거의 없었습니다.

가로수 하위 동네의 식재 여건과 식재율
가로수 하위 동네의 식재 여건과 식재율

심을 길이 아예 없는 동네도 있다

심을 만한 길이 너무 짧아 비율조차 낼 수 없는 동네도 있었습니다. 창신2동, 창신3동, 사당4동, 동화동입니다. 창신2동은 도로 7.5km 중 그런 길이 0.2%, 사실상 없습니다.

물론 화분이나 담장 옆 자투리처럼 이 분석에 잡히지 않는 공간은 있습니다. 다만 지금의 도로에 가로수를 심는 방식만으로는 이 동네의 그늘 부족을 풀 수 없다는 뜻입니다.


창신동의 여름

앞에 나온 창신2동의 숫자는 이렇습니다. 가로수 커버리지 0.0%, 한낮 건물 그늘 2.4%, 심을 만한 길 0.2%.

창신2동과 아현동의 길을 같은 배율로 비교
창신2동과 아현동의 길을 같은 배율로 비교

좁은 동네의 더위는 "햇빛이 뜨겁다"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늘이 없으면 벽이 온종일 햇볕을 받아 달궈지고, 골목이 좁으면 그 열이 빠져나갈 데가 없습니다. 사람은 그늘 밖에 서 있지 않아도 사방의 벽에서 열을 받습니다.

주민이 말한 "방 안은 열이 빠지지 않는다" 가 그것입니다. 밤이 되어도 벽이 식지 않으니 방도 식지 않습니다.

그러면 나무를 심을 수 없는 곳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로수 그늘 없이 여름나기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습니다. 콜롬비아 메데인은 2016년부터 도로와 수로를 연결하는 녹색 회랑(Green Corridors)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큰 나무의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도로와 수변 공간을 따라 교목뿐 아니라 관목과 지피식물을 함께 배치하고, 나무를 심기 어려운 공간에는 화단과 수직 녹화 등을 활용했습니다.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곳에 나무를 심는다" 에서 끝나지 않고, 녹지를 여러 층과 여러 형태로 확장한 것입니다.

서울의 좁은 골목에도 이 접근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모든 골목에 큰 가로수를 심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공간이 녹지를 가질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벽에 식물을 심으면 왜 시원해질까

벽에 식물을 덮어도 공기 온도는 크게 안 떨어집니다. 연구들이 재본 실외 기온 저감은 대체로 작습니다.

효과는 다른 데 있습니다. 복사열입니다.

우리가 더위를 느끼는 건 온도계 숫자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달궈진 벽이 옆에서 열을 내뿜고 있으면, 기온이 같아도 더 덥습니다. 좁은 골목이 특히 그렇습니다.

식물이 벽을 덮으면 벽이 직접 햇볕을 받지 않고, 잎과 흙이 단열재 노릇을 합니다. 기온은 그대로여도 사람이 받는 열은 줄어듭니다. 연구에서도 사람 키 높이의 평균복사온도가 낮아지는 것이 관찰됐습니다.

지붕을 칠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녹지가 아닌 대안도 있습니다. 인도 아마다바드는 2010년 폭염으로 1,000명이 넘는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뒤 폭염대응계획을 만들었고, 그 안에 쿨루프를 넣었습니다. 지붕에 햇빛을 반사하는 도료를 칠해 실내로 들어오는 열을 줄이는 방식으로, 2017년 저소득 가구 3,000곳을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비용입니다. 반사도료를 쓴 곳은 시범 10~15가구뿐이었고, 나머지 지붕에는 석회를 세 겹 발랐습니다. 저층 건물은 열의 최대 5분의 1을 지붕으로 흡수하기 때문에, 지붕은 적은 비용으로 손댈 수 있는 지점입니다.

서울에도 적용된 곳이 있습니다. 서울시는 차열페인트 시공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고, 올해는 13억 원 규모로 동대문·중랑·성북·노원구의 노후 주거지 204개소에 시공했습니다. 이번 분석에서 그늘이 부족하게 나온 성북구 장위1동(커버리지 3.6%, 420개 동 중 세 번째로 낮음)과 정릉3동(10.2%), 중랑구 면목3·8동(10.3%)이 이 자치구들에 있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에서는 옥상 표면온도가 최대 9.2도, 실내 온도가 약 1.8도 낮아졌습니다.

막는 열좁은 골목에서
가로수위에서 내리쬐는 햇빛심을 자리가 있어야 한다
벽면녹화 · 화단 · 쿨루프벽·바닥·지붕이 내뿜는 열자리가 없어도 할 수 있다

나무가 답이 아닌 동네가 있다

그늘이 적은 동네에 나무가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심을 수 있는 길에는 이미 심어져 있었습니다. 그 길이 동네에 거의 없었을 뿐입니다.

이건 예산 문제와 다릅니다. 예산이 부족한 동네에는 돈을 더 쓰면 되지만, 심을 자리가 없는 동네에는 돈을 더 써도 심을 데가 없습니다. 창신2동에 가로수 예산을 열 배로 늘려도 심을 길이 7.5km 중 0.2%뿐입니다.

그래서 동네마다 시도해볼 것이 다릅니다.

동네 조건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
넓은 길이 있는데 안 심었다가로수
좁은 골목뿐이다벽면녹화, 작은 화단, 쿨루프

가로수만 답인 것은 아닙니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 방법이 여럿 있고, 이미 다른 도시들이 써온 것들입니다. 골목뿐인 동네라면 이 가운데 쓸 수 있는 것을 골라 시도해볼 만합니다.


데이터와 방법

  • 가로수: 서울시 2024년 조사 28만 1,760그루 (식재 예정 빈자리 제외)
  • 도로: OpenStreetMap 서울 도로망 6,584km (고속도로·자동차전용도로 제외)
  • 행정동: OpenStreetMap 424개 중 표본이 확보된 420개 분석
  • 건물: 서울시 건축물대장 표제부 58만 5,301건 (높이·층수 실측)
  • 가로수 커버리지: 도로를 20m 간격으로 표본화하고 각 표본점 반경 15m 내 가로수 존재 여부를 판정
  • 심을 만한 길: 도로 위계 상위 3등급(간선·보조간선·집산)을 기준으로 추정. 실제 현장 식재 가능 여부를 직접 판정한 값은 아님
  • 건물 그늘: 가로수 커버리지가 가장 낮은 12개 동을 대상으로 건축물대장 높이 분포와 골목 방향을 이용해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2만 회 시행
  • 동네 특성: 건축물대장의 사용승인일·건축면적·주용도·층수를 법정동 단위로 집계해 집단 간 비교

한계

'가로수 커버리지'는 실제 그림자를 잰 값이 아니라, 주변에 가로수가 있는지로 그늘의 가능성을 추정한 값입니다. 실제 그늘은 시간대·계절·태양 고도·수관 크기·도로 방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건물 그늘은 서울 전역이 아니라 커버리지가 가장 낮은 12개 동만 계산했습니다. 건축물대장에 좌표가 없어 건물을 하나씩 지도에 얹지 못하고 법정동 단위 높이 분포를 썼습니다.

골목 폭은 도로 중심선에서 양쪽 건물까지의 거리로 쟀습니다. 마당이나 건물 사이 빈 공간이 함께 들어가므로 보도 폭과는 다릅니다.

'심을 만한 길'은 현장 조사가 아니라 도로 등급으로 추정한 값입니다. 실제 식재에는 보도 폭, 전신주, 가로등, 횡단보도, 차량 진출입이 함께 영향을 미칩니다.

벽면녹화 효과는 홍콩·싱가포르·토리노 등 다양한 도시의 연구 결과를 참고한 것으로, 서울의 동일한 골목에서 직접 측정한 값은 아닙니다.

참고 자료

  • 서울특별시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시행규칙
  • 이코리아뉴스, 「[현장] 폭염이 빚어낸 '양극화의 그늘' 쪽방촌 24시」, 2026.08.07
  • 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창신동 쪽방촌 폭염 취약계층 현장 방문」, 2026.08.07
  • Medellín Green Corridors (Corredores Verdes), 2016–2019
  • NRDC·ASCI·IIPH Gandhinagar, 「Cool Roofs: Protecting Local Communities from Extreme Heat」, 2017
  • 서울특별시, 차열페인트(쿨루프) 시공지원 사업, 2026
  • Ville de Paris, Les Cours OA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