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옥상은 얼마나 초록색일까?
도시의 빈 지붕을 녹지로 바꾸는 Green Roof
녹지를 만들 땅이 없다면?
서울처럼 건물과 도로가 빽빽한 도시에서는 새 공원을 만들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도시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직 넓은 공간이 남아 있습니다. 건물의 옥상입니다.

서울 가산 퍼블릭 지식산업센터 일대. 출처: 서울시 옥상녹화 가이드라인(2026)
이 옥상에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옥상녹화(Green Roof)입니다. 서울시도 옥상녹화를 건물의 옥상이나 지붕에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부족한 도시 녹지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냥 옥상에 화분을 놓는 것과 뭐가 다를까

출처: 서울시 옥상녹화 가이드라인(2026)
옥상녹화는 단순히 옥상에 화분을 놓는 것이 아닙니다. 식물이 살 수 있는 토양과 함께 빗물을 배수하는 층, 그리고 물과 뿌리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층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룹니다.
서울시 가이드라인은 이 층들을 세 덩어리로 묶어 설명합니다. 맨 위 식생층(식물층·피복층), 그 아래 식물이 자랄 바탕이 되는 식재기반(토양층·여과층·배수층), 그리고 건물을 지키는 구조부(보호층·방근층·방수층)입니다.
특히 방근층은 뿌리가 방수층을 뚫는 것을 막는 층입니다. 옥상에 흙을 얹는 일이 건물 방수와 직결되기 때문에, 옥상녹화는 조경 공사이면서 동시에 건축 공사이기도 합니다.
왜 옥상을 초록색으로 만들까
🌡️ 열 — 토양의 수분이 증발하고 식물이 증산작용을 하면서 온도를 낮춥니다. 지붕이 햇빛에 직접 달궈지지 않으니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도 줄어듭니다.
🌧️ 빗물 — 녹지와 토양층이 빗물을 잠시 붙잡아 곧바로 하수관으로 흘러가는 물을 줄입니다.
🌿 공간 — 야생동물과 곤충의 서식지가 되고, 도시 생태계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사람에게는 휴식 공간이 됩니다.
서울시 가이드라인은 여기에 더해 방수층과 콘크리트의 팽창·수축을 막아 건물 수명을 늘리는 효과도 꼽습니다. 옥상에 흙을 얹으면 건물이 상할 것 같지만, 제대로 만들면 오히려 지붕을 보호합니다.
그렇다면 서울에는 얼마나 있을까
여기까지가 옥상녹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러면 서울에서 이것이 실제로 얼마나 쓰이고 있을까요.
서울시는 2000년대 초부터 옥상녹화 사업을 해왔습니다. 2000~2001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2002년부터 지원사업, 2008년부터 옥상공원화, 이후 옥상녹화·텃밭 사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서울시가 공개한 을 집계해봤습니다. 2012년부터 2024년까지 254곳, 88,739㎡입니다.

초반에 몰려 있습니다. 2012년 한 해에만 20,771㎡가 만들어졌는데, 이는 13년 전체의 23%입니다. 2012~2014년 3년을 합치면 47%가 됩니다. 반대로 최근 3년(2022~2024년)은 다 합쳐도 11%입니다.
민간 참여도 비슷한 모양입니다. 2012~2015년에는 새로 만들어진 곳의 44%가 민간 건물이었지만, 2016~2019년에는 8%로 떨어졌고 2020년 이후 22%로 조금 회복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들이 얼마나 큰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13년 누적 88,739㎡는 축구장 12.4개 넓이입니다. 서울광장으로 치면 6.7개입니다. 연평균으로 나누면 한 해에 축구장 하나 정도씩 만들어온 셈입니다.
서울시 전체 면적의 0.015%입니다.
서울 어디에 있을까
점을 클릭하면 시설명과 조성면적을 볼 수 있습니다. 원의 크기는 조성면적, 색은 공공(청록)과 민간(연두)을 나타냅니다.
고르게 분포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넓은 서초구가 8,989㎡, 가장 좁은 양천구가 456㎡로 20배 차이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이 있습니다. 개수와 면적의 순위가 다릅니다.
관악구는 17개소로 개수 1위이지만 면적으로는 6위입니다. 반대로 서초구는 12개소로 개수 9위인데 면적은 1위입니다. 작은 옥상 여러 개와 큰 옥상 몇 개는 같은 숫자로 셀 수 없습니다.
다만 25개 자치구 모두에 최소 두 곳 이상은 있습니다. 한 곳도 없는 구는 없습니다.
지붕은 아직 비어 있습니다
서울의 옥상녹화는 13년 동안 축구장 12개만큼 늘었습니다. 도시 전체로 보면 아직 작은 숫자입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이 데이터는 서울시가 사업으로 조성한 곳만 담고 있습니다. 민간이 자기 비용으로 만든 옥상정원은 여기 없습니다. 실제 서울의 초록색 지붕은 이 숫자보다 많을 것입니다.
그래도 방향은 읽을 수 있습니다. 초반에 크게 벌였다가 최근으로 올수록 줄었고, 어떤 구는 다른 구의 20배를 갖고 있습니다.
가로수를 심을 자리가 없는 동네에도 지붕은 있습니다. 도시에서 녹지를 늘릴 방법을 찾을 때, 아직 쓰지 않은 넓은 면이 우리 머리 위에 남아 있습니다.
데이터와 방법
- 옥상녹화: 서울특별시 「옥상녹화 조성사업 추진실적('12~'24)」. 시설명·자치구·주소·조성년도·소유·조성면적
- 분석 대상: 254개소 (문서에 실린 257개소 중 과천 소재 서울시 시설 3곳 제외)
- 지도 좌표: 서울시가 별도 공개한 위치정보 데이터셋은 좌표 실물 없이 스키마만 제공해, 추진실적 문서의 도로명주소를 지오코딩해 좌표를 만들었습니다
한계
이 데이터는 서울시 사업으로 조성된 옥상녹화만 포함합니다. 민간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옥상정원, 건축 허가 조건으로 만들어진 옥상 조경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조성면적은 조성 당시 기준입니다. 이후 유지·관리 상태나 현재도 녹지로 남아 있는지는 이 데이터로 알 수 없습니다.
지도의 점 위치는 도로명주소를 지오코딩한 값으로 실제 건물 위치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서울특별시, 「옥상녹화 조성사업 추진실적('12~'24)」, 서울 열린데이터광장
- 서울특별시, 「서울시 옥상녹화 가이드라인」, 2026 (2018년판 전면 개정)
- 층별 구성요소 그림과 가산 지식산업센터 항공사진을 이 문서에서 인용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