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많으면 장사가 잘 될까?
서울시 43만 그루 나무와 1,650개 상권 매출을 전수 분석했다. 카페와 술집은 나무의 혜택을 받지만, 음식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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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많으면 장사가 잘 될까?
서울시 43만 그루 나무와 1,650개 상권 매출을 전수 분석했다
서울시가 공개한 나무 데이터에는 약 43만 그루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가로수 25만 그루,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학교에 있는 나무 17만 그루. 매일 무심코 지나치는 이 나무들이, 혹시 근처 가게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정말로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서울시가 공개한 7종의 데이터를 결합했습니다. 43만 그루 나무 각각의 위치와 크기, 1,650개 상권의 분기별 매출, 30만 건의 점포 현황, 유동인구 데이터까지. 각 상권 중심에서 반경 500m 안에 나무가 몇 그루 있는지를 세고, 그 숫자가 매출과 관련이 있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카페와 술집은 나무의 혜택을 받는다. 음식점은 아니다.
"나무가 많으면 매출도 높다"고 하면, 어떤 가게가 떠오르나요?
데이터가 말하는 답은 생각보다 구체적이었습니다. 서울의 골목상권 1,041곳을 대상으로 주변 녹지 수준 상위 25%와 하위 25%의 매출을 비교하자, 업종별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 업종 | 녹지 상위 25% 대비 하위 25% |
|---|---|
| 주점 | 1.6배 |
| 카페 | 1.2배 |
왜 카페와 술집에서만 이런 패턴이 나타날까요?
식당에 갈 때를 떠올려보세요. "오늘 뭐 먹지?" 맛, 가격, 거리가 거의 전부입니다. 가게 앞에 나무가 있든 없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하지만 카페는 다릅니다. "어디서 시간 보낼까?"를 고를 때, 우리는 은연중에 거리의 분위기를 봅니다. 나무가 늘어선 조용한 골목의 카페와, 빌딩 숲 사이 회색 도로변의 카페. 같은 아메리카노라도 선택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정확히 이 차이입니다. "무엇을 소비할까"가 아니라 "어디서 소비할까"가 중요한 업종에서 나무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큰 나무가 있는 곳에서 매출이 더 높다 —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있다
더 흥미로운 발견이 있었습니다. 나무의 그루 수보다 나무의 크기가 매출과 더 강한 관련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서울시 가로수 데이터에는 나무마다 '수관폭'이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가지가 좌우로 얼마나 뻗어 있는지를 미터 단위로 기록한 것인데요. 이 수관폭을 기준으로 분석하니, 단순 그루 수로는 관련이 없었던 음식점까지 포함해 모든 업종에서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났습니다.

| 업종 | 수관폭 5m+ vs 3m- 매출 배율 |
|---|---|
| 술집 | 3.2배 |
| 카페 | 2.4배 |
| 음식점 | 1.8배 |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맥락이 있습니다. 수관폭이 큰 가로수는 아무 데나 심어져 있지 않아요. 서울에서 가지가 5m 넘게 뻗은 큰 나무들은 대부분 넓은 대로변, 주요 사거리, 오래된 간선도로에 심어져 있습니다. 이런 도로변은 애초에 유동인구가 많고, 땅값이 비싸고, 상권이 발달해 있는 곳이에요.
실제로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수관폭이 큰 상권일수록 카페 점포 수도 더 많았습니다. 즉, "큰 나무가 매출을 높인 것"인지, "장사가 잘 되는 자리에 원래 큰 나무가 있는 것"인지 이 데이터만으로는 완전히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이걸 분리하기 위해 골목상권만 따로 뽑아서, 점포 수를 통제하고 점포당 매출을 비교했습니다.
| 지표 | 수관폭 상위 | 수관폭 하위 | 비고 |
|---|---|---|---|
| 카페 점포 수 | 5.0개 | 4.8개 | 거의 같음 |
| 카페 점포당 매출 | 1,797만 원 | 1,557만 원 | 1.15배 |
점포 수가 같은데 개별 매출이 더 높다는 것은, 입지 효과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나무 자체의 환경 효과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땅값, 소득 수준, 지하철 접근성 같은 변수를 아직 통제하지 못한 만큼, "큰 나무가 매출을 높인다"고 단정하기엔 이릅니다. 이 부분은 후속 연구에서 부동산 가격 데이터를 연계해 더 정밀하게 검증할 계획입니다.
벚꽃은 진짜 돈이 된다. 단풍은 아니다.
계절별로 들여다보니 재미있는 패턴이 있었습니다. 벚꽃의 경제적 효과는 데이터에서 뚜렷하게 포착됐지만, 가을 단풍은 매출과 아무 관련이 없었습니다.
서울에는 약 1만 9천 그루의 벚나무가 있습니다. 반경 500m 안에 벚나무가 50그루 이상 있는 상권과, 벚나무가 한 그루도 없는 상권의 카페 매출 변화를 봄 시즌(4~6월)에 비교했습니다.

| 구분 | 봄(Q2) 카페 매출 증가율 |
|---|---|
| 벚나무 50그루 이상 상권 | +26.4% |
| 벚나무 없는 상권 | +4.6% |
| 차이 | 21.8%p |
이 수치는 3개월 평균에 벚꽃 개화 2주가 희석된 결과입니다. 실제 벚꽃 피는 2주간의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서울에서 가장 많은 나무인 은행나무(14만 1천 그루)와 단풍나무(7천 그루)는 가을 매출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왜 벚꽃만 효과가 있을까요? 세 가지 이유가 보입니다.
첫째, 소비와 연결되는 행동 패턴. 벚꽃 구경은 자연스럽게 "산책하면서 커피 한 잔"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단풍 감상은 산이나 공원 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근처 가게 매출로 직접 연결되기 어려워요.
둘째, 시기의 집중도. 벚꽃은 약 2주간 폭발적으로 핍니다. 그 2주에 사람들이 몰립니다. 반면 단풍은 한 달 이상에 걸쳐 서서히 물들어, 특정 시기에 사람이 집중되지 않아요.
셋째, 은행나무의 편재성. 서울 전역에 14만 그루가 고르게 퍼져 있으니, 은행나무가 많다고 그 동네가 특별히 다를 게 없습니다. "어디에나 있는 것"은 차별화 요인이 되지 못합니다.
"여름에 그늘이 많으면 매출이 오를까?" — 기대와 달랐다
직관적으로, 나무 그늘이 많은 상권은 한여름에 걷기 편하니까 매출도 더 올라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이 기대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나무와 매출의 관련성은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거의 동일했어요. 여름이라고 특별히 더 강해지지 않았습니다. 수관폭(그늘의 크기)으로 분석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단서가 있었습니다. 매출 절대액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 대비 실제 구매한 비율"(구매전환율)로 보면, 그늘이 부족한 번화가에서 여름에 전환율이 더 올라가는 현상이 포착됐습니다. 해석하면, "너무 더워서 일단 아무 가게나 들어가는" 행동이 그늘 없는 상업 밀집 지역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반대로 큰 나무가 있는 곳은 여름이든 겨울이든 전환율이 안정적이었습니다.
이게 흥미로운 이유는, 나무의 효과가 그늘이라는 물리적 쾌적함이 아니라 장소의 분위기, 즉 심리적 요인에 더 가깝다는 걸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나무와 매출의 관계는 여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계절 내내 작동하는 상시적 효과입니다.
"그 동네가 원래 잘 되는 곳 아닌가?"
여기까지 읽으면 당연히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나무가 많은 곳이 원래 잘 사는 동네라서 매출도 높은 것 아닌가?"
맞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이 의문을 여러 각도에서 검증했습니다.
나무가 많은 곳에 가게도 더 많을까요? 아닙니다. 주변 녹지 수준과 점포 수 사이에는 관련이 없었습니다. 나무가 많다고 가게가 더 밀집해 있지 않아요.
그렇다면, 가게 수가 같아도 개별 매출이 더 높을까요? 그렇습니다. 골목상권에서 녹지 상위 25%와 하위 25%를 비교하면, 카페 점포 수는 5.0개 vs 4.9개로 거의 같은데, 점포당 매출은 1,986만 원 vs 1,432만 원으로 1.39배 차이가 났습니다.
점포 수 차이를 제거하고 봐도 관련성이 남을까요? 남습니다. 통계적으로 점포 수 변수를 제거한 뒤에도 카페와 술집 모두 유의미한 관련성이 유지됐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나무가 매출을 올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땅값, 주민 소득 수준, 지하철 접근성 같은 변수를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동네가 원래 상권이 발달해서"라는 가장 강력한 반론은 데이터로 기각할 수 있었습니다.
큰 공원 하나보다, 동네 곳곳의 나무가 낫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발견이 있었습니다. 큰 공원 옆에 있다고 매출이 높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서울의 131개 주요 공원 위치를 별도로 확보해, "반경 500m에 공원이 있는 상권"과 "없는 상권"의 매출을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모든 업종에서 차이 없음. 공원이 있든 없든 매출은 비슷했습니다.
매출과 관련된 것은 공원이 아니라 동네 전체의 녹지 밀도였습니다. 아파트 단지 조경, 학교 교정의 나무, 가로변의 크고 작은 나무들 — 이런 것들이 모여 만드는 "동네 전체의 녹색 분위기"가 중요했어요. 대형 공원 하나보다, 골목 곳곳에 나무가 있는 동네가 매출과 더 강한 관련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도시 정책 관점
이 데이터가 말하는 건 꽤 단순합니다. 양보다 질입니다.
묘목 100그루를 새로 심는 것보다, 지금 있는 나무를 크게 키우는 게 상권에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어요. 수관폭 5m 이상 나무가 있는 상권과 3m 이하 상권의 매출 차이는 최대 3배였으니까요.
벚나무의 배치도 다시 생각해볼 만합니다. 벚나무 50그루 이상 상권의 카페 매출이 봄에 21.8%p 더 오른다는 건, 카페 밀집 지역에 벚나무를 심는 게 단순한 미관 사업이 아니라 상권 활성화 투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위치보다 분산이 중요합니다. 큰 공원 하나보다, 골목 곳곳의 나무들이 만드는 "동네 전체의 녹색 분위기"가 매출과 더 강하게 연결됐으니까요.
창업 관점
카페나 술집 자리를 고를 때, 주변에 나무가 얼마나 있는지 한번 눈여겨볼 만합니다. 골목상권에서 녹지가 풍부한 곳은 점포당 매출이 최대 1.4배 높았으니까요. 물론 나무만으로 매출이 보장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나무 많은 골목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마무리
이제 골목을 걸을 때 주변 나무가 조금 다르게 보이지 않나요?
"여기 카페들은 왜 이렇게 잘 되지?" 싶은 골목엔, 뒤를 한번 돌아보세요. 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을지도 모릅니다.
분석 방법론
- 데이터 출처: 서울 열린데이터광장 API 7종 (가로수 위치 OA-1325, 비가로수목 OA-15551, 공원 OA-394, 상권영역 OA-15560, 점포현황, 추정매출, 유동인구)
- 분석 기간: 2024년 1~4분기
- 공간 분석: 각 상권 중심점에서 반경 500m 원형 버퍼를 생성하고, 버퍼 내 나무 수·평균 수관폭 등을 집계. 거리 계산은 UTM52N 좌표계(EPSG:32652) 기반
- 통계 기법: Spearman 순위상관 (비선형 관계에 강건), 편상관분석 (교란변수 통제), Mann-Whitney U 검정 (두 그룹 비교), Kruskal-Wallis H 검정 (다그룹 비교)
- 분석 대상: 서울시 25개 자치구, 1,650개 상권, 434,564그루 나무 (가로수 256,186 + 비가로수 178,378)
- 도구: Python 3.11 (pandas, geopandas, scipy, statsmodels, pingouin, matplotlib, seaborn)
본 분석은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의 공개 데이터를 활용하여 수행되었습니다.